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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일상과 이슈들

CU 물류센터 알바 후기

by Above the Law 2016. 10. 9.


안녕하세요. 얼마 전 난생처음 물류센터 당일치기 알바를 한번 해봤습니다. 물류센터(피킹)일이 어떤지 네이버에 검색을 해봐도 후기가 별로 없더라고요. 초보자 관점에서 제가 한번 올려보겠습니다.


제가 다니는 직장이 한달에 한두번씩 일이 없는 날이 있어요. 집에서 그냥 놀다가 얼마전부터, "직장 논다고 나도 놀지 말고 뭔가 좀 생산적인 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다소 충동적으로 당일치기 알바를 찾던 중 물류센터 알바를 하게됬어요. 


일은 알바몬으로 찾았어요. 단기알바 찾기엔 알바몬이 참 좋더군요. 앱 안에 아애 "단기알바"란 탭이 있고, 단기알바 내에도 "하루알바"가 따로 있어서 급하게 일일알바 찾기에 좋은거 같아요. 그래서 선택했죠, CU 물류센터 알바. 야간 알바는 아니었고, 오전에 시작에서 저녁7시 까지 하는 알바였어요(잔업이 있어서 9시쯤 끝나긴 했음). 


야간 택배 상하차가 솔찍히 일당은 더 쎄요. 근데, 이런일을 태어나서 한.번.도. 안해본 사람으로서 도저히 택배 상하차는 엄두가 안나더라고요. 괜히 하루 알바하다가 허리나가서 고생하면 안되잖아요? 아무튼 각설하고, 후기 들어 갑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구인광고는 "단순 피킹"이었지만, 은근 고강도로, 개고생한 하루였습니다...


일구하기

말씀드린대로 알바몬같은데 보면 올라와 있어요. 알바 장소, 업무내용, 일당, 잔업 유/무, 잔업수당, 일당 입금 방법(시점, 현금 또는 계좌이체 등), 중식 또는 석식 제공 여부 등 정보가 올라와 있죠. 그리고 지원 방법도 나와있어요. 일부는 알바몬 앱으로만 신청을 받는다고 되있고, 일부는 바쁘니 꼭 전화로 신청을 하라는 곳도 있고요.


저같은 경우 문자로 신청하라 되있어서 문자로 넣으니 바로 답문이 오더라고요. 간단해요. 이름, 나이, 성별 등 보내면, "내일 어디어디로 몇시까지 가서 누구누구 한테 전화 연락하면 된다"고 회신이 왔어요. 


그래서 갔어요 아침에. 가니 거의 대부분은 거기서 계속 일을 하셨던 분들이었고요. 저같이 당일알바로 오신분은 저 포함 3명 밖에 없었어요. 어떤 반장님이 오셔서 알바인력들을 배치하고 관리해주시더라고요. 기존 계신분들은 뭔가 자연스럽게 서로 담배도 피시고 모여 계신데 좀 뻘쭘하더라고요. 분위기 자체가 좀 그래요. 물류센터가 단기 근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서로 막 알아가고 많이 물어보고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았어요. 특히 저희같은 일일알바에게는 별 관심을 더 안주는 것 같더라고요. 



했던 일

나름 하루만에 많은 일을 경험했어요. 참고로 제가 갔던 물류센터는 음료, 주류, 라면, 캔음료 류 물류가 주를 이룬 곳이었어요. 과자, 담배, 유제품, 신선제품 등 다른 종류의 물품들은 또 수도권 외곽 다른 곳에 CU물류센터가 있겠지요? 


하나. 가서 우선 지게차가 미리 내려놓은 음료박스들에서 음료를 꺼내서 차곡차곡 쌓는 일을 했어요. 나중에 피킹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한 일종의 준비 작업이죠. 음료를 한캔한캔 쌓았다는게 아니고요, 6개들이가 하나로 랩 되어 있는걸 쌓는거죠. 한두개가 아니고 수백 수천개입니다.ㅎㅎ 다하면 옆에 수천개 또 박스 뜯어서 쌓고, 다하면 또 옆에 있는거 또 하고, 이런 식이었어요. 


둘. 그런데 갑자기 누가 저한테 오라 하더니, 저를 불러서 물류센터 외부에 천막으로 데려가더라고요. 유통기한 지난 산더미같은 박스와 음료들이 천막 않에 무질서하게 쌓여 있더라고요. 그리곤 A4종이를 하나 주면서 종이에 있는 제품들을 찾으라고 했어요. 무슨 장기재고(?)같은걸 제조사에 반품하는 목적이었던거 같아요. 


A4에 있던 제품 중엔 정말 손바닥 만큼 작은 제품들도 있었는데, 그 산더미 같은 박스를 다 뒤지고 열고 쏟고 하면서 결국 다 찾아냈어요. 정말 1년 동안 마실 먼지 다 마셨던거 같아요. 그리고 더 힘든건, 풀어 헤친 박스와 박스더미를 원상태로 다시 정리하고 쌓아놓아야 했던거... 


끝내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어서, 얼른 점심을 먹고 물류센터로 돌아왔죠. 


셋. 그리곤 다시 물건 쌓기를 저녁 한 8시 까지 쉬지 않고 했네요. 지게차가 내려 놓으면 박스 뜯고 음료 쌓기 무한반복. 쌓고 또 쌓고... 좀 하다보니 노하우도 생기더라고요. 근데, 정말 팔이 많이 아파요. 허리도 아프고ㅠ 


넷. 끝날 때 쯤 피킹도 몇번 해봤어요. 피킹은 물류창고에서 대차를 끌고 다니면서 필요한 물건을 담는거에요. 제가 담아놓은 물건을 CU 화물차가 가지고 가서 수도권 어딘가에 있는 매장에 그대로 그 수량대로 가져다 주는 것 이지요. 어떤 물건을 담아야 되는지는 컴퓨터가 알아서 다 제품/수량을 시트로 뽑아줘요. 시트 하나씩 들고 돌면서 물건을 담는 일이죠. 


(12시간동안 끼고 나니 목장갑도 이렇게 변하더군요)



Q & A

Q. 사람들은 어때요?

사람들은 괜찮았어요. 이상한 사람한테 막말듣진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그런사람은 없더라고요. 딱 한번 제가 실수 했을때 "장난하나"라고 누가 했던거 빼곤 전부 다 괜찮았어요. 존댓말도 써주시고, 모르면 꼼꼼히 가르쳐 주시고, 물어보면 잘 가르쳐 주고요. 땀 뻘뻘 흘리니까, 쉬엄쉬엄 하라고도 몇분이 그러시더라고요. 근데 뭐 그렇다고 화기애애하고 그런 분위기는 아니에요. 물류센터인지라 바쁘고, 각자 맡은일 하느라 정신이 없죠. 


Q. 업무강도는?

업무강도는 예상 의외로 높았어요. 구인광고에는 "단순피킹"으로 표시되어 있었어요. 남자알바를 구한다는 문구에서 제가 알아 봤었어야 하는건데ㅎㅎ 음료 류 제품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물류센터라서 제품들이 다 중량감이 있어요. 생수2L 6팩도 있고, 페트음료, 캔음료 등. 250ml음료수 한판(30개)이면 7.5kg라 막 무겁진 않지만, 이걸 한 1,000번, 2,000번 옮기면 팔에 슬슬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또 허리를 숙이는 일도 자주 있고요. 


단순 피킹이라고 해도 피킹만 하진 않는거 같아요. 피킹을 하기 위해 제품을 적재해야 하는 과정이 꼭 있어요. 지게차가 내려놓는 물건을 피킹할 수 있는 단위로 풀어서 쌓는 과정이죠. "단순피킹"이라고 해서 꼭 피킹"만"하는건 아닐 수 있다는거 일 구하실때 염두하시고요.


Q. 밥은?

밥은 별로였어요. 이거 먹고 어떻게 일하나 싶더라고요. 사람이 밥만 맛있게 먹어도 사기가 오르는 법인데말이죠? 근데 일부 물류센터는 컵라면 하나 주거나 우동 한그릇 주거나 그런다고 하니, 여긴 최소한 식판에 밥을 주긴 했어요. 


(일한곳과 무관한 사진)


TIP

1. 밥 꼭 챙겨드세요

쉬지않고 12시간 일하게 되십니다. 밥힘 떨어지면 휘청취청 합니다. 아침을 먹고가는 시간대에 일하시면 꼭 챙겨드시고 가세요. 밤에 일 시작하시는 물류센터면, 저녁 꼭 반드시 든든히 챙겨드시고 가시고요. 거기서 식사를 제공한다고, 야식을 제공한다고 써 있어도, 퀄리티가 떨어질 확률이 높을테니, 미리 잘 챙겨 드셔요. 


2. 당 꼭 챙겨드세요

계속 에너지를 쓰니까 당이 확확 떨어져요. 적재하던 음료수 그자리에서 까먹고 싶은 생각이 정말 굴둑같이 들더라고요. 일 시작 전에 박카스나 에너지드링크, 아니면 사이다 같이 당높은 음료를 까드시는걸 추천드려요. 식사시간 후 다시 작업 개시 하실 때 또 한캔 드시고요. 


3. 물 꼭 챙겨드세요 

저같이 땀 많이 흘리는 분들, 물 꼭 잘 챙겨드세요. 거기 일하시는 분들은 본인 물통을 하나씩 가지고 오셔서 두시고 수시로 물을 드시더라고요. 처음 알바 하시면 일하느라 바뻐서 잘 못챙겨 드실 수 있는데, 의지적으로 물을 잘 챙겨 드셔요. 특히 여름에는. 


4. 옷은 알맞게

계속 움직이니까 은근 덥고 땀이 많이 날거에요. 저같은 경우 긴바지 츄리닝을 입고 갔고 반바지를 가방에 넣어 갔었어요. 점심먹고 바로 반바지로 갈아입었어요. 물론 신선제품 물류센터인 경우 냉방이 24시간 될테니 두꺼운 옷을 입어야 하겠죠. 감안 하셔서 옷 입으시고, 꼭 편한 옷 입으세요. 쓸리는 옷 입고 12시간 일하면 쓸리는데서 그치는게 아니라, 뭔가 고통이 심한 상황이 옵니다ㅎ

5. 무작정 가지 마시고 정보를 잘 찾아보세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알바몬같은 앱으로 미리 정보를 잘 찾아보시고, 시급, 잔업 여부 등 꼼꼼히 살펴보세요. 사람인, 잡코리아로도 찾아보긴 했는데, 단기알바는 알바몬이 제일 낫더군요. 


6. 물류센터 알바 구하시는거면, 제품군을 미리 알아보세요

이건 제가 개인적으로 얻은 교훈이에요. 제가 일했던 창고에도 라면제품도 있었거든요? 음료 적재하다가 가끔 라면쪽 가서 일하면 천국 같더라고요! 컵라면 1박스 얼마나 가볍습니까. 훅훅 던져도 쌓아지니 얼마나 좋아요ㅎ 그거에 비하면 음료는 죽음이죠. 


그.래.서. 미리 해당 물류센터의 제품군을 알고 가시면 제일 좋을거 같아요. 생수, 주류, 음료.. 이런건 피하시고, 과자, 라면, 사탕류, 껌류, 담배 등 가벼운 제품이면 훨씬 좋겠죠? 


7. 안전하게

무엇보다 안전인 것 같아요. 지게차가 쉴새없이 통로를 지나다닙니다. 또 무거운 물건 들어야 되는 경우도 많고요. 또, 가끔은 뭔가 이게 쓰러져 날 덮치치 않을까 하는 순간도 있을 수 있어요. 무리하지 마시고, 안전을 우선 챙기세요. 사고나서 다치면 아쉬운건 나 혼자 뿐입니다. 


마무리

나름 뿌듯한 하루였어요. "초짜"같지 않다고 칭찬도 여러번 듣고ㅎㅎ 얼마벌었냐고요? 일당이랑 야근수당 포함해서 78,000원 정도 벌었어요. 뭔가 정직하게 돈을 벌었다는 느낌도 들었고요. 한번쯤은 해볼만한 일 같아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한번 물류센터 일을 해보려고요. 단, 좀 가벼운 물건 취급하는 곳으로 되도록이면!!